플랫폼·디지털 정책

AI가 책을 사들이는 시대 한국 출판이 저작권보다 먼저 볼 데이터 경쟁

구조편집실 2026. 8. 22. 03:54

생성형 AI는 화면 속 답변으로 보이지만, 그 답변을 만들기 전에 누가 어떤 책과 문서를 합법적으로 확보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AI 기업이 책을 사서 스캔하고 폐기하는 관행을 경쟁당국이 살펴봐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쟁점은 책 한 권을 복사했느냐가 아니다. 학습 자료를 오래 확보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출발선이 얼마나 벌어지는가다.

 

 

책 한 권이 AI의 원재료가 되는 이유

 

대화형 AI는 책을 한 번 읽고 끝내지 않는다. 문장을 잘게 나누고, 관계를 찾고, 답변을 고르는 과정에 같은 자료를 여러 번 쓴다. 그래서 학습 자료는 서버 비용과 별개로 쌓아야 하는 원재료가 된다. 한 번 권리를 확보한 자료 묶음은 다음 모델과 다음 서비스에도 다시 쓰일 수 있다.

 

2025년 미국 연방법원의 Bartz v. Anthropic 판결문은 이 구조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판결문에는 인쇄본 수백만 권을 사들여 제본을 분리하고 스캔한 과정이 나온다. 법원은 적법하게 구입한 책을 스캔해 학습에 이용한 경우와 불법 복제 자료로 만든 별도 도서관을 같은 문제로 보지 않았다. 자료를 어디서, 어떤 권리로 얻었는지가 모델 학습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저작권 분쟁과 경쟁 분쟁은 질문이 다르다

 

저작권은 복제와 이용에 허락이 있었는지, 보상은 필요한지를 묻는다. 경쟁 문제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도 필요로 하는 자료를 지나치게 많이 묶어 두어 새 경쟁자가 시작하기 어렵게 만드는지를 본다. 같은 책 스캔이라도 두 질문의 답은 다를 수 있다.

 

최근 미국 시민단체들이 연방거래위원회에 보낸 요구는 바로 이 두 번째 질문을 꺼냈다. 아직 조사 착수나 위법 판단이 나온 것은 아니다. 다만 희귀본이나 구하기 어려운 자료까지 특정 기업이 사서 없애는 방식이 사실이라면, 후발 AI 기업·도서관·연구자가 접근할 자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이 사건의 합의 절차 자료는 불법 복제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도서가 약 700만 권이었다고 설명한다. 숫자의 핵심은 규모를 자랑하는 데 있지 않다. 자료의 출처를 나중에 추적할 수 없으면, 학습 성과가 좋아도 법적 비용과 서비스 중단 위험을 함께 안게 된다는 데 있다.

 

 

한국 출판과 AI 기업이 계약서에서 먼저 볼 것

 

이 논란이 곧바로 한국 출판물의 불법 이용을 뜻하지는 않는다. 연결 고리는 더 단순하다. 한국의 출판사와 작가, 교육 콘텐츠 회사도 AI 학습에 쓰일 수 있는 텍스트를 보유하고 있고, 국내 AI 기업도 믿을 수 있는 한국어 자료를 안정적으로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6년 생성형 AI의 저작물 학습과 공정이용을 다룬 안내서를 냈다. 안내서가 강조하는 방향은 학습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이용이 자동 허용되거나 자동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용 목적, 자료를 얻은 경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처럼 계약과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조건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출판사와 콘텐츠 사업자는 AI 학습 허락 여부, 이용 기간, 재학습 가능 여부를 계약서에 나누어 적을 필요가 있다. AI 기업은 자료 이름·권리자·허락 범위·삭제 요청을 연결한 목록을 남겨야 한다. 도서관과 공공기관은 희귀 자료를 디지털화할 때 보존과 접근 규칙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AI 경쟁은 GPU를 얼마나 많이 샀는지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한국어 자료를 누가 합법적으로 오래 쓸 수 있는지, 권리자와 이용자가 그 조건을 얼마나 투명하게 기록하는지가 다음 비용과 경쟁의 출발선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자료 출처

 

미국 연방법원 Bartz v. Anthropic 판결문 2025년 6월 23일

 

한국저작권위원회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공정이용 안내서

 

Anthropic 저작권 합의 절차 FAQ

 

Axios 시민단체의 FTC 조사 요구 보도